땅끝기맥9구간 [땅끝](닭골재~달마산~도솔봉~땅끝)
[ 2008. 4. 22 ]

5시에 기상하여 창밖을 보니 막 어둠을 털어내고 기분좋은 공기는 쾌청한 날씨를 예고한다. 이날 구간은 좀 먼 산행길이라 1시간 일찍 서둘러 6시에 닭골재 기점을 출발한다.

좌측 아래로 남해의 다도해와 완도가 산행내내 따라오고, 잡목 사이로 보이는 마을을 좌측으로 휘돌아가는 산줄기를 따라 달마를 향하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공룡등짝 같은 암릉암봉을 때론 뛰어넘고 때론 우회하면서 사방팔방 빼어난 경관에 눈을 팔다보면 내가 산이요 산이 내가 되는 산아동체(山我同體)로 무념무상에 빠지게 된다.

달마산 전위봉으로 관음봉(434m)이나 봉수대(내가 보기엔 그냥 멋진 돌탑?)가 선 달마 정상 불선봉(470m)에 서면 좌측 우측 양쪽 다 남해바다이고 돌아 본 두륜산 대둔산과 해남공룡이 멋진 연릉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측 아래로 천년고찰 미황사가 아스라히 조망되는데 진행하면서 세 차례 정도 미황사로 빠지는 삼거리 길이 나타난다. 대부분 일반 등산객들은 미황사를 산행 들머리 날머리로 하여 달마산 방문한다고 한다.

문바위, 대밭삼거리, 작은금샘, 하숙골재 등을 거쳐 떡봉이라 표시된 이정표선 지점 지나 암봉하나 넘어서면서 이제야 비로소 흙길을 만나는데 걷기에 편하니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도솔봉 오름에서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놓치고 잘 조성된 길을 따르다보니 대형 '달마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진 도솔봉 통신대란 군부대 정문앞에 서서 난감하였으나 다시 돌아가면서 희미한 숲속길을 찾아 올라 정상에 올랐으나 아무런 표식이 없어 실망하고 다만 바로 아래 통신부대의 높다란 통신탑으로 도솔봉임을 알 수 있었다.

도솔봉 통신부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암봉 오르길 마다하고 군용 세멘도로를 잠깐 따르다 보면 다시 기맥 마루금을 만나고 까마득하게 멀리 땅끝 전망대가 첨탑처럼 바라 보이니 벌써 8시간 산행 중인 오후2시 현재 갑자기 피로감이 엄습해 온다.

잡목과 산죽길도 통과하고 전망바위도 지나면서 보석처럼 빛나는 남해의 다도해를 감상하다보면 77번 국도가 지나는 갈두재를 만나는데 땅끝테마파크 건물이 나타나고 절개지를 어렵게 올라 진행하면 망집봉이라 표시된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남해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치고 멀리 수평선 너머로 희끄뭇한 곳이 제주도가 아닐까 싶다.

사자봉(156m)를 지나 갑자기 많은사람들로 어수선한 느낌의 땅끝전망대에서 잠깐 땅끝 앞바다를 둘러 보고 나무계단을 따라 시비(詩碑)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따라 내려 드디어 해변에 닿는다. 땅끝탑을 찾지 못해 주민에게 물어보니 전망대쪽으로 다시 올라 우측 능선을 넘어 내려간 해변에 있다하여 포기하고 대신 땅끝마을 표석과 한반도 모형의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 한 장 찍는다. 하산 마무리 오후 5시 40분, 산행 시간 11시간 40분이다.

다음날 월출산 산행을 위해 영암으로 이동해야하기에 땅끝에서 광주행 직행버스를 타면 영암에서 내릴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았으나 땅끝발 직행버스는 이미 막차가 끊겨, 완행버스로 해남으로 간 후 광주행 버스로 겨우 영암으로 갈 수 있었다.

영암터미널에 내려 곧바로 택시로 월출산 천황사지로 이동하여 숙소를 정하고 뜨거운 물에 샤워하니 비로소 피로가 풀리는 듯하고 다음날 산행 정보 익히고 준비한 후 맥주 두 캔 마시고 일찌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