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한계령~귀청갈림삼거리~끝청~중청~중청대피소~대청~오색) [ 2009. 1. 14 ] [ 산행코스 ] 한계령(07:30)~1310봉(08:40)~귀청삼거리(09:20)~중청대피소3.6km이정표(10:35)~중청대피소2.6km이정표(11:10)~끝청(12:10)~중청대피소(12:50 점심 14:10)~대청봉(14:30)~오색3km이정표(15:37)~오색2.3km이정표(15:54)~오색1.7km이정표(16:14)~오색분소(17:30) 새벽2시 태릉역에서 만나 춘천가는 길을 따라 춘천 양구를 거쳐 인제로 들어선 후 미시령과 한계령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한계령에 오르니 엄청난 강풍에 온 몸이 한기로 휩싸이면서 강하게 가지말기를 원한다. 영하12도, 체감온도는 20도가 훨씬 아래인 듯하다. 나로 인해 나를 믿고 따라준 대원들의 심정이 어떨지 가벼운 후회가 일었으나 우리의 믿음직한 대원들은 거침없이 장비추스리고 따라 나선다. 혹한과 강풍에 맨몸을 내 맡기며.... 점봉의 존재를 뒤통수로 느끼며 동해에서 솟아난 태양이 어느덧 눈덮힌 산야에 따스함을 드리우고 우리의 산행을 반갑게 맞는다. 순청(純靑)과 순백(純白)의 조화가 오히려 슬프게 느껴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 어쩜 옛 풍요와 영화를 잊고 살아온 수 년의 고단한 일상이 상투적 상념으로 투영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힘겹게 올라선 귀때기청봉 갈림 삼거리부터는 서북주능선으로 비교적 운행이 수월하나 수면 부족으로 부대장 아침노을님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 습관적으로 몸은 움직이나 머리는 아파오고 정신은 혼미해진 모양이다. 또다시 이번 산행을 무리하게 강행한 처사에 후회스런 자책감이 들면서 대원들의 몸상태를 예의 주시하며 부디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한다. 끝청은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고 중간중간 순간순간 가다말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힙겹게 끝청을 넘고나자 곧바로 중청을 만나고 대청 정상을 눈앞에 두고 중청대피소에 들어가니 언 몸과 마음이 안정된 듯하다. 라면에 밥말아 먹고 커피 한 잔은 진수성찬이 따로없고 그간의 힘겨운 산행의 고통도 잊은 듯 우리의 자랑스런 대원들은 쾌청한 날씨에 감사드리고 오히려 멋진 산행이라며 감동하는 모습에 고맙고 대견하기 그지없다. 다시 장비 추스리고 대청을 향해 오르는데 강풍은 여전하고 오름은 힘겹다. 그러나 드디어 오른 1708m 설악산 정상 대청은 대원들의 가슴에 커다란 성취의 감동이 인 듯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사실 아침노을님은 이후 상태가 호전되면서 특유의 기발한 어휘구사로 '대청을 오름으로 설악의 기를 받아' 씩씩해져 다행이며 고맙다. 하산길은 원래 계획한 천불동 비경 감상은 아쉽지만 나중으로 기약하고 가장 빠르게 하산할 수 있는 오색으로 빠지는 길을 택한다. 여러 상황으로 어쩔 수 없는 유일한 선택이라 판단한다. 가파른 하산길에 이제는 토골님의 성치않은 무릎 통증으로 애를 먹는다. 워낙 강단있어 내색은 안하나 그 고통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그런 성격을 아는지라 염려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상태를 주시하며 보조를 맞추어 서서히 내려간다. 아침 7시30분에 한계령에서 산행 시작하고 오후 2시30분에 대청을 출발하여 지리한 3시간 줄창 내리기만 하다가 5시 30분에 기나긴 10시간 산행을 마무리 한다. 돌아오는 길 악몽의 사건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부러 힘겨운 산행으로 자연의 위대함에 외경심을 자발적으로 체득시키고 느끼게하여 새로운 산행관을 심어주고자 계획했던 설악산 혹한기 산행이 함께한 대원들에게는 다신 하고 싶지않을 추억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는 대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